스쿠버다이빙을 5년째하고 있지만, 전문적인 텍다이빙이 아닌지라 장비가 있는것도 아니고 없는것도 아닌 어중간한 상황이네요. 그동안 수중카메라에 레드필터가 필요한 이유를 알고 있었지만, 뭐 얼마나 하겠다고 이것저것 장비를 사나? 하고 미루고 있었는데요.
수중카메라 레드필터 |
모처럼 나가는 펀다이빙에 설레여서 수중카메라까지 들고나가서 거침없는 셔터를 누르지만 돌아와서 보면 건질게 몇장 없는 사진실력입니다. 사실 실력도 문제지만 모든 사진이 청사진 입니다. 오로지 푸른 빛깔의 사진이란 말입니다.
왜그럴까요?
카메라는 일반적인 환경에서 촬영하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바닷속 환경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채 태어났습니다. 때문에 카메라로 수중촬영을 하면 크기와 색감이 전혀 다르게 나타나는 거죠.
이런 현상은 빛의 파장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빛깔처럼 빛은 여러색으로 구성되어 사물의 색감을 나타냅니다.
바다속 빛의 산란
바닷속은 사물이 더 가깝게 보여, 같은 물건을 보더라도 훨씬 크게 보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진이 푸른색으로 찍히며, 수심이 깊어질 수록 사진은 더욱 푸르게 찍힙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생물을 찍어도 전혀 아름답게 보이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보시기에 아래 사진의 식물이 아름다워 보이나요? 아마도 스쿠버다이빙을 하지 않는 분은 아래 사진을 보고서 동물인지, 식물인지, 살아있는 생명체인지 조차 알지 못할 수 있습니다.
사진은 서귀포 앞바다에 서식하는 아름다운 연산호입니다. 붉은색으로 제대로 찍었다면 아주 아름다운 모습일텐데 제가 망쳐버렸습니다.
제주 앞바다 연산호 |
서귀포 연산호의 실제 모습은 이렇습니다. 반전이지 않나요? 이렇게 고운 붉은색의 연산호인데 수중카메라로 어떻게 촬영하느냐에 따라 극과 극의 색감이 나타나게 됩니다.
조명을 켜고 찍은 연산호 |
이런 현상은 빛의 파장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빛깔처럼 빛은 여러색으로 구성되어 사물의 색감을 나타냅니다.
그런데 수심이 깊어질 수록 파장이 짧은 붉은색 계열부터 산란되어 없어지고, 파장이 긴 푸른색만 남아 시퍼렇게 보이다가 푸른색마저 산란되어 버리면 암흑 세계가 되는 겁니다.
그러면 어떡해야 할까요?
수중에서 촬영한 사진이 푸른 이유를 아셨나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2가지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수중 조명 시스템을 갖추고 촬영하는 방법이고, 둘째는 레드필터를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레드필터는 아주 저렴한 악세사리입니다. 레드필터를 판매하는 곳은 많지만, 방수하우징 렌즈쪽에 끼워야 하기에 나사산 싸이즈가 맞는 것으로 구입하면 별 문제가 없습니다.
레드필터의 역할
미리 말씀드리지만, 레드필터가 완벽한 해결책은 아닙니다. 수심이 너무 얕아서 빛이 충분하게 들어오면 사진은 붉은색으로 나오고, 너무 깊어 빛이 많지 않으면 사진은 너무 어둡게 나오게 됩니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조명 시스템이지만 비싸기 때문에 레드필터를 대안으로 사용하는거죠.
아래 두 사진을 보면 수중카메라에 레드필터가 필요한 이유가 명확해 집니다. 수심 20m 이내에서 촬영한 것으로 동일한 위치에서 2대의 카메라로 제가 실제 촬영한 사진입니다.
레드필터를 사용하지 않은 만타가오리 사진은 차갑고 위험한 느낌의 푸른색이지만, 레드필터를 끼우고 촬영한 만타가오리는 따듯하고 자연의 색감이 살아있는 사진입니다.
좌 : 일반촬영, 우 : 레드필터 촬영 |
인물사진 역시 마찬가지죠. 설명이 필요없는 비교사진입니다. 수중카메라 레드필터의 역할은 바로 이런겁니다.
좌 : 일반촬영, 우 : 레드필터 촬영 |
레드필터 구입처 및 가격
제가 보유한 카메라는 올림푸스 TG-5모델로, 방수하우징은 올림푸스 정품이 아닌 씨프로그 방수하우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67mm면 제 방수하우징에 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요놈으로 구입했습니다.
67mm 레드필터 |
국내에서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대략 25,000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비싸진 않지만, 다이빙 장비나 소모품이란게 어느 하나만 사면 해결되는게 아니라 필요한 걸 구입하다보면 상당히 부담스러게 되죠.
국내 구입가격 |
그래서 저는 필요한 장비나 소모품을 모아두었다가 해외 직구를 합니다. 레드필터처럼 저렴한 것 하나 주문하면 배송비가 있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게 되므로 모아두었다가 주문을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