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는 큰 녀석이 있는 제주도에 다녀왔습니다. 여행객이 아닌 제주 주민처럼 함덕해수욕장에 바람쐬러 다녀왔습니다. 오늘은 함덕해수욕장 가는 길에 만난 밤이 더 아름다운 함덕해수욕장 이야기를 하고 싶네요.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항공권과 렌트카의 가격이 급등했습니다. 그만큼 해외여행이 풀리기 직전, 제주도를 찾는 분들이 많아졌다는 이야기인데, 아니나 다를까 김포공항은 제주도 여행을 위한 승객들로 붐비었네요.
밥은 먹고 다니는지, 사는데 불편한건 없는지 시집 보낸것도 아닌데 학업을 위해 자취하는 녀석이 걱정되는 건 다같은 부모마음 아닐까요?
딸이 학업을 위해 제주도에 살고있지만, 다큰 녀석을 보겠다는 이유로는 너무 자주 가는것 같다고 합니다. 지인들이 2주가 멀다하고 제주도를 다녀오는 저를보고 하는 말입니다.
토요일 일정이 너무 힘들었을까요? 5시면 눈이 떠지는 저였지만, 이날은 10시가 넘어도 푹신한 베게와 이불속이 좋아서 뒹글거리고 있었습니다. 일요일 오후가 되어서 늦은 점심을 먹고나니 딸이 한마디 합니다.
버스에서 내려 함덕해수욕장 가는 길에는 봄의 향기가 넘쳐나네요. 규모있는 벚꽃길은 아니지만 피우지 못한 꽃봉오리 하나 없이, 시들해진 꽃잎 하나 없이 만개한 벚꽃이 기분까지 좋게 만들어 줍니다.
딸이 늦은 점심을 먹고 4시가 되어서야 함덕해수욕장에 가자고 한 이유를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알게되었습니다. 함덕은 낮보다 밤이 더 아름다웠습니다.
녀석이 가르켜준 대로 촬영을 해봤습니다. 제 눈에는 너무 좋은 작품처럼 보이는데 여러분은 어떤가요? 물론 자연이 열일 한거지만 말이죠.
제주도에 가는 진짜 이유
이 블로그의 컨셉을 보신 분들은 눈치 채셨겠지만, 제가 제주도를 가는 이유는 오로지 은퇴준비 차원입니다. 은퇴 자금이 충분하지 않기때문에 저렴한 땅과 집을 찾아야 하고, 제주도의 동서남북 지역중에 터를 잡을 만한 곳을 찾으려면 발품이라도 팔아야지요.
지금까지 제주도 곳곳을 다녀본바로는 어느 한곳이 적당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는게 결론입니다. 서귀포는 바람은 많이 불지만 해가 좋은 날이 많고, 제주시는 인프라는 충분하지만 습하고 우중충한 날이 많습니다.
집을 짓고 살기에는 동쪽인 구좌나 성산이 마음이 가는데 땅값이나 부동산 값이 후덜덜 합니다. 상대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저렴한 지역이 서쪽 중에서도 한경면인데, 아직 그 지역을 탐방하지 못해서 한마디로 요약하지 못하겠네요.
딸아이의 집이 있어 숙박 걱정하지 않고 드나드는 제주도 방문의 진짜 이유는 은퇴 후 살곳을 찾기 위함입니다.
함덕해수욕장 가는 길
"아빠! 저랑 함덕해수욕장에 다녀올래요?"
딱히 할일도 바쁜일도 없어서 나이든 아빠와 놀아주겠다는 딸의 생각이 고마워서 무심코 대답을 합니다.
"좋지~ 그런데 뭘타고 가지?"
한정된 시간에 많은 곳을 다녀야하는 여행객이 아니라서 이번에는 차량 렌트를 하지 않았습니다. 또 은퇴 후 살곳을 보러다니는게 목적인지라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가능한 거리라면 걸어다니고 싶어서였죠.
함덕해수욕장 가는 길은 집이 제주시청 근처였기에 300번 버스 노선을 보니 함덕해수욕장까지 한번에 갈 수 있었고, 시간도 40분으로 적당했지만, 거리가 15km인데 비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니 시간이 좀 걸리긴 하네요.
하지만, 렌트카를 이용해도 30분 가까이 걸리는터라 조금함을 멀리하고 여유를 가지는 마음 가짐에 익숙해지려 노력하는 중이라 이 또한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300번 버스 노선 |
버스 맨 뒷자리에 앉아서 딸이 건네준 에어팟을 귀에 꽂고 음악을 들으며 가는 시간은 전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지금같은 시간이 다시 오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좋은 시간이었고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약 20분 뒤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버스 창문에 기대어 졸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ㅎㅎㅎ 그시간이 너무 좋았던 함덕해수욕장 가는 길이었습니다.
봄 맞은 함덕해수욕장
함덕해수욕장 입구 벚꽃 |
이렇게 사진을 찍고 있으니, 딸이 와서 사진찍는 법을 코치합니다. 지금까지 핸드폰으로 촬영하는 방법은 카메라를 켜고 가로 또는 세로로 찍는게 다였는데, 핸드폰 카메라에 이렇게 많은 기능이 있는지 몰랐습니다.
사진을 크게 찍고 싶으면 앞으도 다가가고, 너무 크다 싶으면 뒤로 물러나서 찍는게 습관이 되었는데 이녀석의 설명을 들어보니 저는 아직 배울게 많은 나이였네요.
아래는 녀석이 알려주는데로 구도잡고, 확대하고 해서 찍은 사진입니다. 어떤가요? 제가 찍은 윗 사진보다 나은가요? 자존심 상하지만 배운티가 나는게 확실해 보입니다.^^
딸의 코치를 받아 찍은 벚꽃 |
해변쪽으로가니 많은 분들이 좋은 햇살과 신선한 바람을 즐기고 계시네요. 그리고 저~멀리 오른쪽 언덕위에는 이 신선한 바람을 온몸으로 맞고 있는 패러글라이더들이 있습니다. 그들에게도 분명 아주 좋은 시간이 되고 있겠네요.
밤이 더 아름다운 함덕해수욕장
녀석의 말로는 9월에세 10월사이 오후 5시 26분쯤이 함덕해수욕장의 핑크빛 노을이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라고 합니다.
5시 26분이라....너무 디테일한 시각을 언급하는데 웃음이 났지만, 함덕해수욕장 노을에 진심을 담아 이야기하는 모습에 저도 진심을 담아서 응해주었습니다.
"그렇구나~^^"
제주도에 온 뒤로 집에서 40분이면 다을 수 있는 이곳에 자주 왔다고 합니다. 바다속과 육지를 가리지 않고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녀석에게 밤이 더 아름다운 함덕해수욕장은 최고의 장소였던 거죠.
초저녁 함덕해수욕장 야경 |
녀석이 가르켜준 대로 촬영을 해봤습니다. 제 눈에는 너무 좋은 작품처럼 보이는데 여러분은 어떤가요? 물론 자연이 열일 한거지만 말이죠.
저물어 가는 해변에 앉아서 자기만의 인생을 설계하듯이 한장의 사진 촬영에 진심을 다하는 녀석의 뒷모습을 제 폰카에 담아봤습니다.
아...이제 정말 나이가 들었나 봅니다. 언제부터인지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고 있으면 잘 자라준 녀석에게 고마운 감정과 잘 키웠다는 뿌듯한 감정이 교차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