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에 실손보험 가입 권유를 받고, '무슨 그런 보험이 다 있어? 필요있겠어?'라고 생각했습니다. 보험료를 매달 내는 돈을 적금으로 들어놓으면, 갑자기 아픈 상황이 닥쳐도 모아둔 돈으로 치료비를 감당하는게 낫다는 생각때문이었죠.
실제로 그럴수도 있습니다. 아프지 않으면 없어지는 돈이다보니 적금으로 모아서 병원비로 사용하거나 만기에 목돈으로 찾을 수 있는게 더 현명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런 논리는 보험가입을 앞두고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 보는거죠.
저는 개인적으로 흥국화재 실손보험에 가입한지 15년이 지난 지금, 납입한 보험금과 병원치료로 돌려받은 보험금을 따져보면, 어느 경우가 더 이익인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2007년에 4인가족 실손보험을 흥국화재 무배당 다모아가족사랑보험에 가입했습니다. 5년마다 갱신조건이며, 20년을 납입하면 2064년까지 실손보험 혜택을 볼 수 있는 보험입니다. 하지만 와이프와 저의 경우만 그렇고 아이들은 2022년 3월까지만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실손보험에 가입하는 이유
가입 초기 월 납입보험료는 96,000원, 이후 갱신때마다 보험료 상승으로 지금은 매월 135,780원을 납입하고 있으며, 그동안 납입 원금이 총 18,682,853원 입니다.
태생부터 몸이 약하고, 치료를 요하는 몇가지 질병을 안고 태어난 둘째가 이 실손보험의 최대 수혜자였지만, 나머지 가족은 다행히 별다른 질병 없이 살았습니다.
때문에 지금까지 치료비로 돌려받은 보험금은 그동안 납입한 보험료보다 턱없이 적습니다. 그나마 성인이 되어가는 아이들은 올해 3월까지만 보험 적용이 되어 더이상 실손보험 혜택을 볼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실손보험 가입이 잘못되었을까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당연히 가입하는게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보험은 예상하지 못하는 사고에 대해 대비하기 위해 가입하기 때문에 현재까지 납입한 원금의 50%도 보장 받지 못했지만, 그 50%를 보장 받을때는 아주 유용하게 치료비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부부가 앞으로 42년 후까지 치료비를 보장 받을 수 있기때문에 실보다 득이 많다고 생각됩니다.
둘째!
사람이 살다보면 급하게 돈이 필요할때가 있습니다. 실손보험을 가입하지 않고 적금으로 했다면, 이미 몇번은 적금을 깨서 사용했을것 같습니다. 적금을 깨면 일부 목돈을 손에 쥘 수 있다는 유혹은 아주 당연한것처럼 다가오니까요.
보험사들의 주장은 전체 실손보험 가입자 중의 5%가 90%가 납입하는 보험료를 보장금액으로 가져가기 때문에 보험사들의 손해율이 증가하여 실손보험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이런 이유로 실손보험에 가입한건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실손보험을 악용하는 사례가 있어 이를 방지하고자 4월부터 실손보험 지급 기준이 변경된다고 합니다.
4월부터 실손보험 지급 기준 변경
지난해 보험업계가 실손보험 지급으로 입은 손실액은 2조7000억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하며, 실손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목소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당장 2022년부터 실손보험료는 평균 14.2%나 인상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4월부터 과잉진료가 많다고 여겨지는 갑상선 치료, 백내장 치료, 도수치료 등 3가지 질병에 대해서는 실손보험에 가입되었다 하더라도 꼭 필요한 치료가 아니라면 보험금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됩니다.
변경되는 실손보험 지급 기준 3가지!
① 갑상선 수술
갑상선 질환은 생각보다 흔한 질병입니다. 저의 가족들 중에도 갑상선 암과 호르몬 분비 문제로 치료를 받고 계신분이 5명이나 됩니다.
갑상선에 대해서 실손보험 지급 기준이 변경되는 갑상선 수술입니다. 꼭 수술을 요하는 갑상선 결절 크기가 2cm 이므로 2cm가 안됐는데도 수술을 진행했다면 보험금을 지급 받을 수 없게됩니다.
보험사에 해당 건으로 청구되면, 보험사에서는 의료기관에 수술의 필요성 여부를 확인 한 후 지급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겁니다.
② 백내장 수술
고령화 시대가 가속화 되면서 백내장 질환을 가진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또한 의술이 발달하여 백내장 수술도 간단해져 수술 후 입원이 필요하지 않은 분들도 대부분이기 때문에 예전보다 백내장 수술을 하시는 분들이 많아진것도 사실입니다.
이번 4월부터는 이 백내장 수술에 대해서도 치료목적이 아닌 시력 교정 목적의 치료라면 보험금 지급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변경되었습니다.
하지만, 치료 목적인지 교정 목적인지를 구분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논란이 예상됩니다. 물론 의사가 현미경 검사로 수정체 혼탁여부를 판단해 수술한다면 기준은 명확해지지만 해당 검사가 의료법사 의무검사가 아니기에 보험업계가 이를 강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백내장 검사 중인 의사 (출처 : KBS뉴스) |
③ 도수치료
갑상선 수술이나 백내장 수술 보다 지급 기준을 판단하는데 더욱 난해한 치료이고, 과잉진료가 많다고 여겨지는 부분이 도수치료 입니다.
도수치료란 디스크나 거북목 증후군, 척추측만증, 퇴행성 척추장애 등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근골격계 질환의 증상을 개선하기 위해 수술을 하지 않고 물리치료나 손으로 사지의 연부조직과 관절의 위치를 바로 잡고 통증을 완화시키거나 체형을 치료하는 방법입니다.
쉽게말해서 물리치료라고 생각하시면 되는데요. 물리치료는 겉으로 보이는 증상이 명확하지 않고 투약이나 수술등의 증빙 자료가 없기때문에 진짜 치료가 필요했던 것인지, 과잉진료인지를 구분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보험업계에서는 과잉진료가 가장 많은 치료이며, 보험료 인상의 주범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이러한 도수치료에 대해서 변경되는 실손보험 지급 기준은 일정 횟수 이상부터는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도수치료라는 의료진의 소견서를 받아 보험회사에 제출해야 보험금을 지급 받을 수 있습니다.
지금은 별도의 진단서나 소견서 없이도 청구만 하면 보험금이 지급되지만, 4월부터는 이를 챙겨보고 지급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것이라서 이제부터는 산부인과나 피부과에서 받은 도수치료는 보험 혜택을 받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도수치료중인 물리치료사 (출처 : KBS뉴스) |
과잉치료를 받는 환자와 돈벌이 목적으로 과잉진료를 유도하는 병원, 그리고 보험 설계를 잘못한 보험회사 모두에게 책임이 있어 보입니다.
인생 후반전을 살계될 저한테는 백내장 수술과 집안의 병력이 있는 갑상선 수술이 대상이 될지 모르는데 4월부터 변경되는 실손보험 지급 기준으로 혜택이 줄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지급 기준을 강화하면 됐지, 보험료는 왜 인상하는 걸까요? 이때아니면 언제 인상하겠느냐....식의 인상이 아니길 바랄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