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후반전 |
기나긴 겨울방학이 끝나가고 아이들도 엄마들도 기다리던 개학을 앞두고 있습니다. 3.1절을 앞둔 2월 마지막 밤을 즐기려고 각자 먹고 싶은 음식을 배달시켜 먹고 있는데 뭔가 좀 이상합니다.
좋아하는 음식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녀석인데, 오늘따라 우리 둘째 먹는 모습이 영~ 이상하네요. 자기 음식을 남에게 주는법이 없는데 엄마도 한입, 아빠도 한입 자꾸 퍼주고는 이내 식탁에서 내려갑니다.
이때부터 둘째가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했죠. 쪼로로 자기 침대로 가서 누워있는데 머리에 손을 얹으니 미열이 느껴지고 배가 아프다고 합니다. 오미크론 증상과도 비슷해서 집안은 이미 초 긴장상태가 되었네요.
미열이 있어 체온계로 재보니 벌써 37.8도가 넘어가고 있습니다. 제일 먼저 의심되는 건 오미크론 감염이지만, 예전처럼 열이 난다고하여 PCR검사를 해주지 않으니 선별진료소를 갈 수도 없어서 해열제를 먹이고 아침이 되기를 기다립니다.
9시에 진료를 시작하지만, 둘째가 많이 힘들어해서 병원앞에서 기다리려고 일찍 갔습니다. 9시가 가까워지니 진료실쪽은 문도 열지 않았는데 신속항원검사 창구로 아이의 손을 잡은 부모님들이 줄지어 들어가시네요.
병원에서 수액을 맞고 처방을 받아 돌아오면서도, 둘째의 장염 증상이 이상다 생각했습니다. 설사도 없고, 헛구역질은 했으나 다른 아이들처럼 구토를 하지 않았죠. 하지만 집에 돌아오자마자 완벽한 장염 증상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둘째의 증상은 고열부터
고열로 시작된 증상은 해열제를 먹이면 열이 내렸다가, 4시간마다 다시 39도까지 오르기를 반복합니다. 중간중간에 토하고 싶은지 헛구역질을 몇 번 했고, 배도 아프다고 하는데 화장실을 가지 않는 것을 보고 장염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아침에 병원을 가기위해 자가진단 키트로 코로나 검사를 하려하니, 멀리서 진단키트를 보고 싫다고 난리가 났네요. 발달장애가 있는 우리 둘째는 주사 맞는것보다 콧구멍에 면봉을 넣어 검사하는 코로나 검사를 더 싫어합니다.
와이프는 온몸으로 둘째의 몸을 잡아 고정하고, 저는 한손에는 면봉을 다른 한손에는 둘째의 머리를 잡고 면봉을 넣었습니다. 그런데 노란 콧물이 묻어나오네요. 지금까지 증상으로만 보면 감기에 가까운 증상이니 코로나 감염으로 의심했습니다.
자가진단 키트 검사 결과는 다행히 음성으로 나왔지만, 열이 떨어지지 않아 자가진단키트를 가지고 병원에 갔습니다.
자가진단키트 검사 결과 |
밤샘 그리고 진료, 결과는 장염
4시간마다 고열이 반복된 탓에 아이도 엄마도 밤을 뜬눈으로 세웠네요. 태어날때부터 약하게 태어나 잦은 병치레를 했던 둘째 때문에 아이가 아플때 밤새 간호를 하는 건 와이프가, 낮에 운전을 하거나 병실을 지키는건 제가....자연스럽게 분담을 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분들은 모두 유경험자였습니다. 9시에 맞춰서 접수하려고 자가진단키트 음성 결과를 보여드리고 증상을 말씀드리니, 검진을 받으려면 신속항원검사를 받고 음성일때 받을 수 있다고 하네요. 자가진단키트는 신뢰도가 떨어져서 믿을 수 없답니다.
다시 신속항원검사 창구로 아이손을 잡고 줄섰습니다. 약 30분 가까이 기다리니 음성이라고 통보를 받았고, 드디어 내과 진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의사선생님이 아이를 보고 피검사와 소변검사, 그리고 엑스레이 촬영을 하고 오라고 합니다. 열이나는데 엑스레이라니....궁금했지만, 의사의 지시대로 채혈과 채뇨, 엑스레이를 촬영하고 다시 의사선생님한테 왔습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비눗방울 놀이에서 보는 듯한 커다랗고 무수히 많은 공기방울이 둘째의 뱃속에 가득 찼습니다. 의사선생님의 한마디에 눈물이 핑~ 도네요.
'장염인데 많이 심각하네요. 많이 아팠을것 같습니다.'
발달장애가 있어 표현을 제대로 할줄 모르니 아이가 잘 참아내는줄로 착각하는거지,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는 아이는 얼마나 아팠으며, 얼마나 참고 있었을까요.....
병원에서 피검사 결과가 나올때까지 2시간 정도 기다리면서 수액을 맞고, 다시 엑스레이 촬영을 했습니다. 상태가 호전되지 않으면 입원을 해야하고, 수액을 맞고 호전되는 증상이 보이면 퇴원해도 된다고 말씀하시네요.
병원에서 수액을 맞고 있는 둘째 |
그러고보니, 수액을 맞을때 주변에 있던 아이들이 아침에 신속항원검사를 받으러 갔던 아이들이고, 엑스레이 촬영할때도 만났던 아이들이라 의사선생님에게 여쭤보니 지금이 겨울철에 아이들에게 많이 발생하는 로타바이러스 장염이 유행이라고 합니다.
겨울철 로타바이러스 장염 증상
둘째의 장염 증상을 요약해보면 이렇습니다.
① 발열이 시작되고나서 12시간 동안 4시간 간격으로 고열 증상
② 배가 아프고, 간혹 헛구역질 증상
③ 12시간 후 조절하기 힘든 설사 시작
④ 오한과 발열, 설사 증상이 약 10시간 동안 반복
도데체 로타바이러스란 뭘까요? 늦겨울 부터 이른 봄 사이에 아이들을 괴롭히는 로타바이러스 장염 증상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로타바이러스란?
설사의 대표적인 원인을 제공하는 바이러스로 5세 미만 소아들에게는 감기만큼 흔한 감염병이라고 합니다. 주로 면역력이 약한 소아와 노약자들에게 발생하는데,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사망할 수도 있지만, 성인의 경우 감염되어도 무증상으로 지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로타바이러스 장염 증상
로타바이러스의 잠복기는 대략 24~48시간 입니다. 잠복기가 지나면 39도 이상의 고열과 구토를 동반하는 증상이 나타나며, 3~7일 이내에는 아주 묽은 설사를 하는데 변의 색깔은 옅은 노란빛이나 녹색 입니다.
여름철에 발생하는 장염은 주로 상한 음식에 의한 식중독에서 비롯되지만, 겨울철에 유행하는 장염은 로타바이러스와 같은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으로, 음식을 잘못 먹어서 발생되는게 아니기 때문에 감염경로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저도 병원에 가서 로타바이러스라는 진단을 받기 전에는 우리 둘째가 전날 뭘 먹었는지부터 파악했는데, 도데체가 잘못 먹은 음식이 없는 것 같아 답답했거든요.
로타바이러스 장염의 예방과 치료
말씀드렸듯이 바이러스에 의한 장염이므로 예방을 위해서는 손씻기를 잘하면 상당부분 예방이 가능합니다. 또 육아를 하는 부모님들은 기저귀를 갈고나서 손을 흐르는물에 30초이상 씻어주는게 주요하구요. 아이들 장난감도 여러명이 사용한다면 잦은 소독을 해주는게 좋습니다.
로타바이러스 장염에 걸리면 극심한 설사와 구토가 동반되는데, 잦은 설사는 아이들에게 탈수 현상을 불러올 수 있으니, 따듯한 보리차를 소량으로 자주 먹여 탈수를 예방해주는게 최선의 방법입니다.
아직까지 로타바이러스 장염에 대한 치료약이 없으므로,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고, 감염시 탈수되지 않도록 꾸준히 수분을 공급해주는게 그나마 집에서 할수 있는 최선이라고 합니다.
겨울철에 유행하는 장염, 로타바이러스 장염 증상, 오늘도 이렇게 하나 배우고 갑니다.
엄마아빠도 잘 알게 되었으니 이제....그만 아프고 밥먹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