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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 후반전 |
경칩(驚蟄)입니다. 경칩은 계칩(啓蟄)이라고도 하며, 땅속에 숨어 지내는 벌레가 놀라서 깨어난다는 뜻으로 긴 겨울이 끝나고 봄을 맞이하여 새로운 생명들이 태어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24절기 중에 3번째 절기에 해당하는 경칩은 황경이 345도에 이를때이며, 양력으로는 3월 5일 또는 3월 6일에 해당 하는 날입니다.
경칩(驚蟄)
예전에는 경칩이되면 건강을 기원하는 의미로 겨울잠에서 깨어난 개구리가 낳은 알을 찾아 건져먹는 풍습도 있었고, 겨울 잠에서 깨어나 새로운 싹을 틔우기 위해 뿌리에서 줄기로 올라오는 고로쇠나무 수액을 받아 마시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뿌려두었던 보리 씨앗에서 싹이 올라오는데, 경칩에 올라온 보리싹의 형태를 보고 그 해의 보리농사를 예측하는 점을 치기도 했으며, 흙으로 만든 집을 보수할때는 경칩에 하는게 탈이 없다고 여겼다고 합니다.
경칩에 해야할 일
물론 도심에 살면 제한되는 일들이 많지만, 은퇴 후 인생 후반전을 보낼때라면 모두 가능하리라 생각되네요. 개구리알고 도룡뇽알 건져먹는건 빼구요.
① 고로쇠 수액 받아 먹기
단풍나무나 어름넝쿨나무에 흠집을 내어 흘러나오는 수액을 받아마시는데 사는 곳 주변에 고로쇠 나무가 없다면 마시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쉽게 살 수 있으니 이때즘 되어 미리 주문을 해두면 좋겠네요. 저는 집을 짓고 집안에 한 그루 심어둘 생각입니다.
② 흙집 보수하기
예로부터 경칩에 흙일을 하면 탈이 없다고 하여, 흙벽의 갈라진틈에 황토를 게어 바르러나, 흙담을 쌓기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요즘 흙집은 찾아보기도 힘들죠.
은퇴후에 흙집을 계획은 아니지만, 마당 한켠에 화덕을 만들 계획이기 때문에 제가 은퇴 후에 경칩에는 화덕을 수리할 계획입니다. 화덕에 빵도 굽고 피자도 구워먹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그생활이 즐겁네요.
③ 농기구 정비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은퇴 후 전원생활을 하더라도 농기구쯤은 당연히 있어야하는 필수품이죠. 농사일과 밭일을 하지 않더라도 화단을 가꾸거나 나무를 키우려면 삽과 톱, 전기가위는 필수이기에 경칩에 해야할 일 중 농기구 정비는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④ 선농제 지내기
선농제의 유래는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가 농사를 장려하고 감독했다는 기록에서부터 시작되는데요, 농경사회였던 고려와 조선시대에도 계승되어 매년 경칩이 지나면 왕이 직접 선농단에서 제사를 지내는 의식이었으며, 국왕이 직접 농사에 모범을 보이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원생활을 하면서 경칩에 해야할 일 중 선농제를 지내는것도 어렵지 않겠네요. 텃밭에 일용할 채소를 키우는건 꼭 필요한 일이므로 경칩이 지나면 텃밭에 씨를 뿌리고 물을 줄 계획입니다.
경칩에 먹는 제철 음식
① 냉이
봄 하면 냉이가 떠오르고, 냉이하면 봄의 전령이라 생각될 만큼 우리는 냉이를 아주 흔하게 접하고 먹어오곤 했습니다. 요즘은 비닐하우스에서 대량으로 키우기도 하지만, 눈속에서 싹을 틔우고 경칩이후 본격적으로 자라나는 자연산 냉이의 맛과 향을 따라갈순 없습니다.
냉이는 뿌리와 잎을 모두 먹을 수 있습니다. 몇해 자란 냉이는 경칩 전후에는 잎이 작을 수 있지만, 뿌리는 깊어 그대로 나물을 무치면 질길 수 있기 때문에, 뿌리의 심을 제거한 후 먹는게 좋습니다.
냉이는 된장찌개는 물론이고, 냉이 국, 냉이 나물, 냉이 튀김 등 다양한 요리로 활용할 수 있고, 겨우내 영양을 저장해 두었던 이유로 철분, 칼슘, 비타민 등의 풍부한 영양소가 함유되어 있습니다.
② 달래
생각보다 달래를 즐겨먹는 현대인들이 많지 않습니다. 워낙 먹을 수 있는 채소도 많고, 수입되는 채소도 많기때문에 소비량이 많지 않은 달래를 재배하거나 손질하여 파는 양도 적기 때문일텐데요.
달래는 100g당 철분 함량이 일일 권장량의 6배에 달할 정도로 풍부하여, 빈혈이나 여성질환을 예방하는데도 좋고, 봄철 나른해지는 춘곤증을 해소해주고 입맛을 돋우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봄에 먹는 나물중에도 손에 꼽히는 제출 나물입니다.
달래는 생으로 무쳐 먹거나 지개에 넣어 끓이면 향과 식감이 뛰어나고, 특히 육류와 함께 먹으면 나쁜 콜레스테롤 흡수를 방해하여 기름이 많은 육류와 궁합이 좋습니다.
③ 쑥
쑥은 봄부터 가을까지 무성하게 잘 자라는 식물이지만, 그중에 봄쑥이 으뜸입니다. 들녘에 푸릇푸릇 올라오는 쑥의 새싹은 손질하기는 어렵지만 작은 것일 수록 부드럽고 향이 진해서 경칩에 먹는게 가장 좋습니다.
쑥은 엽록소가 풍부하고 혈액순환을 이롭게하여 수족냉증으로 고생하는 여성들에게 권하는 음식이며, 감기를 낫게하고 여러가지 통증 완화의 효과도 볼 수 있어, 어쩌면 채소보다는 약초에 가까운 나물입니다.
④ 두룹
어릴적에는 어른들이 드시는걸 보고 저런걸 왜 먹나 싶었지만, 저도 이제 나이가 들어가는지 살짝 데친 두릅에 초장이나 된장을 찍어먹는 모습을 상상하고 입맛을 다시고 있네요.
두릅은 칼슙이 풍부하고 신경 안정에 도움을 주는 성분이 풍부해서 정신적 스트레스가 있을때 섭취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데, 이런걸 생각해보면 어른이 될 수록 두릅을 좋아하는 이유는 삶의 스트레스가 쌓이는 나이가 되어서인가 라는 생각을 들게 하네요.
4가지 정도 경칩에 먹는 제철 음식을 말씀드렸지만, 모두 새싹이 돋아날때 음식으로 섭취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대인에게는 음식이 부족해서 먹지 못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경칩이 지난 봄철에는 육류보다는 새싹 채소 위주의 식단으로 제철 음식을 드시는 건 어떨까요?